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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건너는 법


"현대인에게 요구되는 교양이란 한마디로 타자에 대한 상상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폭탄공격을 당하는 쪽의 고뇌와 아픔을 상상하는 힘은 전쟁에 저항하고 평화를 쌓기 위한 기초적 능력이다. 따라서 이런 기초적 능력을 결여한 채 젊은이들이 사회로 나가는 것이 나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무감각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너무나 병들고 비틀어진 세상... 이미 100여 년 가까이 우리의 역사는 식민지 지배와 전쟁, 독재라는 파란을 겪으면서 겨우겨우 맥을 이어왔다. 이제는 전쟁의 상처도 잊혀졌다고 여기지만,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있다. 재일조선인 2세인 저자의 삶은 일본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어디에서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이방인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꾸 외면하고 싶어지는 암울한 과거의 상처를 상기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은 그 상처의 원인이 청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중일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영토 분쟁도 갈수록 심화되는 극우 성향 때문이지 않은가. 그러나 우리는 피해자이지만은 않다. 사람은 힘이 없을 때는 피해자이지만, 힘이 생기면 가해자가 된다. 저자의 지적대로 우리도 청산하고 사과하지 못한 베트남 전쟁의 예가 있다.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는 얼마나 폐쇄적으로 타민족을 차별하고 배척하는가. 어디에 속해있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일상과 생존에 코박은 우리가 시야를 넓히고 관심을 가지고 타자의 불행과 상처를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서승과 서준식이라는 ‘유명한’ 두 형을 둔 재일조선인 2세, 서경식이 최근 2년간 암흑 속으로 추락해온 이 시대를 경계인의 눈으로 조망하고 있는 책이다. 1년은 일본 땅에서, 나머지 1년은 한국 땅에서의 기록이다. 저자는 2006년 봄부터 성공회대 연구교수 자격으로 난생 처음 한국살이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를 모어(母語)로 삼고 있는 그에게 한국은 아버지·어머니의 나라이자, 두 형이 십여 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던 곳이다. 자신의 모국어(母國語)의 나라이자 두 형을 십여 년간 감옥에 가둔 고국에서 느끼는 복잡한 심경을 그려냈다.

앞의 1년은 ‘연대’라는 단어가 농담거리나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일본 땅에서 외부인으로서 승산 없는 싸움에 지치면서도 계속 진실을 설파해가려는 지식인으로서의 의지를 담았다.‘아름다운 일본어 표현에 주어지는 에세이스트클럽상’을 받은 그의 문체는 그의 생각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김치 냄새가 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두고 형제다툼을 벌이던 어린 시절의 서씨 형제들과, 바지에 실례를 했던 소학교 시절의 풋풋한 소년의 모습들이 시대를 엿보는 날카로운 그의 비평 속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한국어판 서문

1부 경계에 선 코리안 디아스포라
1. 좌초로 치닫는 일본이라는 배|2. 5월, 정말 봄이 온 것일까|3. 에드워드 사이드를 생각한다 |4. 곤란한 시대를 건너는 법|5. 교양교육 홀대하는 일본의 대학|6. 대화의 문 닫은 ‘편지’를 받다|7. 망각의 늪에 빠진 일본의 ‘양민’들|8. 보수의 그림자 드리운 음악제|9. ‘중국’이라는 이름의 기관차, 어디로 돌진하고 있는가|10. 히로시마를 걸으며|11. 유대인과 아랍인의 ‘루트 181’ 동행|12. 망령이라도 되어 싸우리라|13. 자기성찰의 도시 베를린|14. 베트남전쟁은 끝났는가|15. 우리 양아들 아흐마드에게

2부 그립고도 낯선 고국
16. ‘밀수’의 추억|17. 서울엔 ‘홈리스’가 없습니까|18. 10년 전 개미구멍|19. ‘백장미’에 어린 나의 형|20. ‘성녀 전설’에 속지 말라|21. ‘센’이 모국어로 뭐더라|22. 죽은 자가 보내온 부음|23. 일본인입니까?|24. 고향의 봄|25. 휴대전화 개통 소동|26. 이학래 할아버지의 귀향|27. ‘나탈리 미희’가 떠나갔다|28. 통영, 그 앞바다|29. ‘님’의 문제|30. 동아시아, 건배를 하기엔

3부 독일에서 보낸 한 철
31. ‘모어’라는 감옥|32. 독일 수목|33. ‘소비 주사’에 취하지 마오|34. 내 아들 아흐마드는 무사할까|35. 좋은 사람|36. 어느 백인 남성의 질문|37. 모차르트와 함께한 나날|38. 당신의 ‘하이마트’는 어디죠|39. 고백

4부 시대의 증언자를 떠올리다
40. ‘한류 아줌마’ 퍼스트레이디|41. 악기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인데……|42. 영원한 쾌락의 길로 떠난 ‘일본 영감’|43. ‘면목 없음’의 부끄러움|44. 참극 생존자들이 세상을 저버리는 이유|45. 역사 참극을 상상할 수 없다는 그대에게|46. 나를 불러 세운 그림|47. 돌부처|48. 제3세계 출신 여성, 미국에서 교수 되기까지

5부 또 다른 경계에 서서
49.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혁명가의 생애|50. 아내의 기침에 떠오른 기억의 편린|51. 낯빛 흐린 여대생의 고백|52. 재일조선인 내 아버지의 초상|53. 어느 조선족 예술가의 초상|54. 역사의 거친 붓질에 휩쓸린 화가들|55. 별 헤던 시인의 고향은 사라지는가|56. 정신병 환자 또는 예술가 |57. 한·일 양국민 손에 쥐어진 내 운명은

옮긴이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