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빠른 변화, 너무나 낯설은 새로움들이 매일 매일 우리의 주변에 장을 치고 있다. 여기서 여차하면 그 변화의 속도속에 흔적도 없이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정신을 차려야만 하는 현실에 놓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난 참으로 많은 것들을 정의내릴 수 있었다. 분명 무언가는 변해가고 무언가는 트렌드가 되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 그 어떤 것도 실체를 분명히 알 수가 없었는데 여기 소개된 29개의 키워드가 그런 나의 궁금함을 속속들이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속들이 해체시켜 실체를 확인시켜 준다. 그렇기에 읽는 내내 속이 후련하고 현실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책의 위력을 느끼며 탄성을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뽑은 29개의 키워드는 역시 문화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물론 요즘같은 하이퍼링크의 시대에서 문화라고 해서 문화 하나만의 독립적인 측면만을 고찰하기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문화라는 키워드를 가운데 두고 있지만 사회, 윤리, 인간, 정치의 노드들이 각각의 복잡하고 의미있는 구조로 링크되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이 책에서의 주목할 만한 특징이자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29명의 저자가 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눈으로 한 사람의 가치관과 취향에 따른 문화의 한 면만을 보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의 여러 시각으로 문화에 대한 담론을 다양하게 담아 내고 있다. 더구나 탁상공론과 같은 피상적인 담론이 아닌 살아있는 글이라는 것이 각 꼭지의 곳곳에서 드러나며 이 책은 더욱더 생생한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중문화의 화두로 떠오른 드라마, 모든 시민을 미디어로 만든 1인 미디어, 환금성의 투자재인가, 삶을 즐기는 공간인가에 대한 사유를 담은 집, 다양성 존중의 문화를 다룬 양성문화평등, 잘 죽음 과 같은 글은 너무나 인상적이고 나의 공감을 끌어냈기에 한 자, 한 문장이라도 잊고 놓칠세라 마음이 조급해지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속이 후련하다. 그리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쯤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대충은 그 윤곽을 잡을 수 있는 것 같아 알 수 없는 두려움에서 해방이 된 듯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한국문화가 걸어 온 여정이 어떠하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도 뚜렷해졌다.
나는 분명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문화의 키워드들을 고루 누리고 쫒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취향의 현주소이자 인류의 역사가 나아가는 발자취이다.
한국의 문화적 지형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다양성의 문제다. 한국사회와 문화는 여전히 치우쳐 있고, 여전히 획일적이다.
-44p, 마니아 문화, 탐닉에서 창조까지 중에서
우리 문화의 대표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의 오늘과 내일을 살피는 책. 29개의 키워드를 통해 각각의 문화현상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 숨쉬는 실시간 한국 문화의 지도를 보여준다.
비언어 퍼포먼스·원종원
언어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상업 자본의 ‘차선의 선택’이 아닌 현대 문화산업의 새로운 형식적 구조에 대한 대안
미술품 쇼핑·정민영
미술을 가장 사랑하는 열정적인 방법이며, 나아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방법
마니아 문화·김봉석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문화산업의 재편 현상
신화·조현설
우리 신화가 지니고 있는 서사의 힘, 사유의 힘이야말로 세계에 내놓아도 통할만한 문화산업의 ‘블루오션’
독립영화·이송희일
끊임없이 사물의 질서와 인간관계에 질문을 던지는 현세계의 스핑크스
현대사진·한기호
디지털 기술로 말미암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현대사진
인터넷만화·박석환
기존 출판만화 지형과는 다른 공간에서 성장해 자기만의 지형과 가치를 창출하는 웹만화
공공디자인·박해천
21세기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블루오션인가, 21세기 버전의 새마을 운동인가·
놀이·김종휘
자연을 벗하고 도구를 이용하면서 몸과 몸이 함께 딸 흘리는 협력의 즐거움이야말로 놀이의 진정한 의미
탈민족·김기봉
반민족주의가 아니라 세계화시대에서 열린 민족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
종교·김종락
진정한 수행이란 너와 나, 나와 사회와 자연과 우주만물의 관계성을 자각하고 비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
노장·김시천
철학사의 도식에 매몰되지 않고 유가의 변형 또는 공자의 정신을 잇는 또 다른 길의 철학으로 올라선 노장
양성평등문화·조주은
한 사람의 행위가 성정체성이 아니라 다양성과 차이가 존중되는 문화에 관심을 모아야
미래의 가족·함인희
부계 혈연 중심의 가부장제 원리를 넘어서 애정 공동체의 가치로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는 가족
드라마·백은하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세계화하는 방송 산업
익스트림 스포츠·김화성
더 아슬아슬하게 더 짜릿짜릿하게, 밀레니엄 시대 또 하나의 탐험
먹거리·김수현
생명활동 유지를 위한 영양보충 수단의 기능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매체, 먹거리
잘 죽음·유호종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잘 죽음은 잘 삶을 이루기 위한 또 하나의 목표
미래의 문학·김성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21세기 문학의 변화와 변신은 필연적 생존전략
집·서화숙
아파트의 몰락이냐 부활이냐가 주택의 미래를 읽는 키워드
행복산업·조우석
사람 죽이는 ‘모더니티’에 대한 총체적 반성, 행복찾기
뇌·하지현
나와 타인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행동은 인간의 생리적 욕망의 일환
1인 미디어·이희용
‘모든 시민은 기자다’의 시대를 넘어 ‘모든 시민은 미디어다’의 시대로
UCC·민경배
매체 권력을 거대 언론 기업에서 개인의 손으로 넘긴 미디어 발달사의 혁명
탈학교·현병호
탈학교운동은 교육문제뿐 아니라 이 사회의 모순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사회운동
외국어 권력·최샛별
개개인의 사회 경제적 지위의 재생산에 영향을 끼치는 제도화된 문화자본
미디어 컨버전스·김택환
세계 경쟁 시대로 진입한 미디어 산업에 필수적 환경으로 등장한 미디어 컨버전스
학교도서관·김종성
부정의 경험이 지배하던 역사에서 긍정의 경험이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로
저작권·김기태
저작권법 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저작권 보호제도의 정착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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