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하드록」은 신정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라고 한다.
첫 번째 시집은 「그렇게도 먼 지구」였다.
해설 부분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렇게도 먼 지구라는 시에 대해서 알 도리가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읽었고 이 시도 마음에 들었다. 비록 ‘마지막 연’만을 만날 수 있었지만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 시집인 「즐거운 하드록」의 표제시도 전체적인 느낌을 말하라고 한다면 화자의 대학생으로서의 삶을 엿볼 수가 있어서 좋았다. 라고 말할수 있다.
난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기 바란다.
즐거운 하드록에 나오는 화자는 서울사람이 아니다. 이 시를 지은 시인도 서울사람은 아니고 목포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그렇다고 이 시의 화자와 시인이 동일인물이라고 단정지어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건 이 시집의 맨 마지막에 수록된 후기에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의 화자는 지방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서울역에 도착했다. 화자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울역 개찰구를 벗어났다. 하지만 먼 여행길에 멀미가 났는지 그 멀미를 제압하기 위해 손수건을 젖혀 머리에 지그시 누른다.
그렇게 해서 멀미가 사라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서울생활에 적응하기 전 서울이라는 도시가 주는 압박감이 아닐까 싶다.
화자가 처음 본 건 대우빌딩. 탱크에 비유한 건 TV에서 나온 CF 덕분일까.
아니면 할 수 없지만 나의 머릿속에서는 그런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화자가 다녔던 학교는 중앙대학교인가 보다.
“미당 선생님과 동리 선생님이 열변을 토하는 흑석동을 탈출했네” 라는 것을 보고 알아낸 사실이다.
탈출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바로 윗줄에 나와 있다.
“자체휴강을 선포하고” 라는 말 때문에 탈출이라는 말을 쓸 수 있었을 것이리라.
화자는 아무래도 대학생활 내내 공포를 느낀 모양이다. 그리고 절망을 느낀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간절히 원했던 모양이다.
집으로 연결되는 시외전화를 신청하고 아버지와 통화를 한 후
눈물을 흘려야 했던 화자.
하지만 “오, 즐거운 하드록”을 이야기하는 화자의 모습에서 난 그렇게 느꼈다.
대학생활 4년을 지내고 사회인이 되었어도 처음 서울에 도착해서 본 대우빌딩의 대한 느낌은 그대로였다.
멀미를 느끼는 화자. 공포를 느끼는 화자.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이 화자는 그렇게 좋은가보다.
하드록은 내 어깨를 짓누르지만 이 시의 화자는 주민등록이 말소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공포스럽지만 즐거운 하드록인 것이다.
이렇게 삶에 대한 심각한 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1부에 재미있는 시가 있다.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재미라는 말보다는 세상에 대한 풍자라고 이야기하면 조금 고급스러운 표현일 것이다.
바로 소개하고자 하는 시가 「적군과 아군」이라는 시다.
이제 사람을 만나면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하는 버릇이 생겼다.
로 시작하는 시가 바로 그것이다.
나의 관점에서 이 시를 다르게 고치고 싶다.
이제 사람을 만나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인지
구분하는 버릇이 생겼다.
사실 말만 살짝 바꾼 티가 확 나지만 말이다.
암튼 사람은 누구나 이렇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사회인이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회인은 적군도 아군인척, 아군도 아군인척 그렇게 사람을 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싫은 표정을 지으면 사회생활 하기 힘들다고 사람들은 곧잘 나에게 이야기하곤 했다.
시인은 화자를 통해 사람의 삶과 사람사이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소설이든 시이든 모든 문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히 풀어놓을 때
빛이 나는 것이 아닐까.
이 시집은 어느 곳에 있어도 빛이 날 것이다.
제1부 이제야 알 것 같다
적군과 아군 11
미안하다 12
잠 안오는 밤에 13
이런 식 15
여행 16
슬픈 영화 17
가볍게 가볍게 19
배고픈 밤에 20
타이프라이터 22
나는 재즈가 좋아 24
취한이 좋아 25
은행나무 아래에서 27
일기 28
여행기 29
제2부 내 그리스인 친구 얀
내 그리스인 친구 얀 33
둘 36
전화를 받습니다 37
북망산 39
꿈 40
저 가방 42
딤즈를 집에 데려다줘 43
가지 않는 길 45
양면괘지 1 47
양면괘지 2 48
양면괘지 3 49
골목에서 50
내가 아직 살아 있다면 52
가거라 세상아 53
소쇄원 가는 길 54
새는 56
손상 58
제3부 이제 너무 늦었다 사랑할 시간이 없다
실연 61
미행 62
신문을 보며 64
참 아름다운 세상 65
사의 찬미 66
대전 블루스 68
그럴 수 있다면 69
달걀을 삶으며 71
냉장고를 열 때마다 73
오늘 하루 75
저승꽃 77
목련꽃 그늘 아래서 78
별이 빛나는 밤에 79
호두나무 아래에서 81
出 교회기 82
호랑가시나무에 대한 기억 85
제4부 즐거운 하드록
추억 91
돌아와 그 집 92
실종 94
대마를 피우네 96
정류장 97
테트라포트 99
사과나무 아래에서 101
아버지의 편지 102
초상화 104
가즈코 언니 106
즐거운 하드록 109
기억에 없습니다 114
우산을 찾으러 115
벽돌과 시멘트에 대한 기억 117
숲이 아름다운 몇 가지 이유 119
지구의 새벽 123
해설 / 서강목 125
후기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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