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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병을 만든다


결국, 환자중심의 의료에서 환경중심의 의료로.. 이반 일리치는 학교가 학생을 망친다는 그의 책<학교없는 사회>를 우연히 접하고서 알게 되었는데 그의 전복적인 사고를 지지하고 동의하는 바가 커서 이 참에 그가 생각하는 의료와 교통에 대해서도 알아보자는 생각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죠. 반드시 리뷰를 쓰지 않아도 되고, 독서토론모임에서 꼭 읽어야하는 책이 아닌 내가 선택한 책이라 더 뿌듯하고 반갑게 책을 읽었네요. 이반 일리치(이반 일리히,라고 저자명이 되어있으나 그는 이반 일리치 라고 불러달라는 얘길 들어서 저도 일리 치 라고 씁니다)는 노년에 10년간 종양을 목에 달고 살았습니다. 수술을 통해 제거할 수도 있었으나 그는 그것을 거부하고 살았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그래서 그가 말하는 현대 의료라는 유행병과 죽음, 건강의 정치학에 대해서 더욱 뭉클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의사와 병원, 그리고 의료제도의 역생산성을 지적하면서 의료기술이 도구로써의 역할을 뛰어넘어 인간을 소외시키고 지배하는 현상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주 많은 참고문헌이 매 페이지마다 소개되어 있어서 이반 일리치가 정말20세기 최고의 지성이고, 학자이고 실천가로구나,하는 감탄이 알알이 배여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역시나 아나키스트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미국에서는 매년 5만명이 병원에서 감염되어 사망을 한다죠. 감기환자 10명중에서 6명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과다처방과 오남용에 대해서도 이미 잘 알려져있습니다. 이것이 단 외국의 문제일까요? 얼마전 뉴스에서 우리나라가 OECD 30개국중에서 항생제 처방율이 1위라고 나왔습니다. 항생제를 하도 처방하니 내성이 생겨 슈퍼박테리아균이나 폐렴구균 출현빈도가 미국의 2배이고요. 항생제는 사실 감기약이 아닙니다. 사실 감기에는 일반적으로 2주이내에 자연적으로 낫기 때문에 오히려 항생제를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고 부작용의 우려도 있죠. 항생제란 38도이상 열이 심하거나 세균성 폐렴등 2차 세균 감염이 생겼을때나 쓰는 것인데 오히려 이런 처방으로 미국에서는 에이즈사망자보다도 더 많이 죽는다고 합니다.그리고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도 15개 대형병원의 퇴원 환자중에 4%가 각종 세균에 감연되어 고치려는 병이외에 다른 병을 얻는다네요. 그렇다면 시설이 부족한 작은 병원은...? 이반 일리치의 의료제도 비판 핵심내용을 살펴봅니다. 그는 의료기술의 진보가 사실 질병을 치유한 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14세기의 페스트균은 19세기에도 여전히 남아있고 결핵,콜레라,이질,장티푸스도 질병을 잡아낸게 병원이 아니라 마시는 물의 수질이나 쓰레기분리등 주변환경의 개선에 있으며 이런 질병의 특수한 치료법이 발견되기 전에 이미 미생물 유기체의 독성이 대부분 상실한 것이라는 다양한 논문을 들이대지요. 사람의 수명이 높아진 것도 의학의 진보가 아니라 식생활의 영양이 좋아져서 인간의 저항력과 면역력이 좋아진 것뿐이라고요. 그외에도 인간의 자유치유능력을 무시한 수술과 투약의 현대판 미신도 경계하라고 말합니다. 그외에도 물가보다 의료경비는 330%나 증가했으며 의료제도의 독점으로 인해 의사나 병원의 의료체계가 우리 몸에 대한 내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고 있죠. 또 세 종류의 병원병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임상적 병원병, 사회적 병원병, 문화적 병원병이라고 명명되어있는데 쉽게 말해서 임상적 병원병은 의사들이 치료 과정 중에 더해진 병이고, 사회적 병원병은 질병을 치료한다는 약제나 치료기술과 관련된 문제들인데 알고보면 각종 약제들이라는 것이 별 의미없는 치료더라는 거고요.뭐, 한때는 정신병이 있다고 뇌의 전두엽을 그냥 가위로 도려내는 수술도 하고 매독환자에게 수은치료를 해서 중독으로 죽이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또 문화적 병원병은 인간이 고통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 단편적이고 환원주의적인 시각을 갖게되어 인간성이 말살되고 스스로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심하게 손상시킨다는 논제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3장. 고통의 말살부분입니다. 어떤 나라든지 그 나라가 가진 치료법은 물론이고, 고통과 죽음에 대한 문화적 의미와 실존적인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의견입니다. 정말 이 부분은 많이 공감이 가더군요.그리고 의사가 병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주장도 충격적입니다. 진료시 의사는 첫 진단에 의해 이론적으로 그의 환자가 어떤 질병에 걸려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안전장치(fail-safe)의 원칙에 의해 의사는 환자에게 질병이 없다고 말하기보다는 언제나 어떤 질병이 잠재되어있다고 말하는 쪽으로 행동해야한다는 거죠. 의학적 결정의 규칙이 의사를 압박하여 건강하다기보다는 질병이 있다고 진단하는 것으로 안전함을 추구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의사의 이러한 자기 방어적 진료양태가 존재하지 않는 병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일리치는 고발합니다. 따라서 일리치는 질병으로부터 사회를 회복시키는 것은 정치의 임무이지, 의사인 전문가의 임무가 아니라고 선언합니다. 결국 이반 일리치는 의사의 수가 늘고, 의료 기계가 현대화되고, 병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건강치료를 받고 있다는 환상을 버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문가에 의해 건강관리에 대한 의료제도의 독점은 큰 문제라고 말이죠. 결국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에 의해 병원이 병을 만드는 병원병 이 만연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리치의 주장은 현대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병원병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가능한 한 광범위한 시야와 유효한 힘을 지녀야 한다고요. 그리고 의료산업에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중독자인 일반인들을 보호하고, 빈부의 차이에 따른 의료행위를 평등화하는 작업과 의료전문가에 대한 공적인 통제, 의학연구도 더욱 과학적이고 사회적으로 기준과 조직을 만들 것, 환자중심의 의료에서 환경중심의 의료로 전환할 것등 이반 일리치의 대안은 FTA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요즘 더욱 공감이 가네요.
자주 듣게 되는 말 중에 병원에서 병을 키운다는 말처럼, 이 책 역시 의학적 치료는 무효 또는 무해하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병을 치료하는 실질적 의술보다 생활의 의료화, 질병의 창조와 제거 등 병의 사회학적 진화 와 그 과정에 개입된 병원 혹은 의사들에 대한 비판이 따끔하다. 죽음이 상품이 되고 만 현대사회의 치부들이 밝혀지고 있는 책이다.

역자 일러두기
책머리에
저자 서문
제1장 임상적 병원병
1. 현대 의료라는 유행병
제2장 사회적 병원병
2. 생활의 의료화
제3장 문화적 병원병
3. 고통의 말살
4. 질병의 창조와 제거
5. 죽음에 대한 죽음
제4장 건강의 정치학
6. 특수한 반생산성
7. 정치적 대응책
8. 건강의 회복
역자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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